여행 이야기

30일째 "쉬엄 쉬엄" in Avignon

gentsa 2015. 1. 21. 08:43

 

 

 

 

 

 

 

 

오늘은 9시까지 자고 일어나 빵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11시 넘어 집을 나섰다. 비도 오고 해서 그냥 집에서 쉴까 했는데 집에 있으면 답답할 것 같아 결국 나왔다. 성 바깥에 주차를 했는데, 주차 요금을 어떻게 지불하는지 모르겠다. 노상주차는 먼저 주차요금을 내고 주차해야 하는데, 프랑스어로만 되어 있고 내 폰은 인터넷이 안돼 구글번역도 쓸 수 없다. 헤매다 옆 차 안에 앉아있던 사람에게 물었더니 12시부터 2시까지는 무료란다. 2시 넘어서까지 주차를 해야할 것 같긴 했지만, 될대로 되라며 그냥 나왔다.

 

아비뇽에 왔더니 점심시간에는 아예 가게 문을 닫아버리는 데가 꽤 되는 것 같다. 2시까지 주차요금을 안받는게 같은 맥락이지 싶다. 유심 때문에 오렌지 텔레콤에 갔는데 그곳도 12시 반부턴가 2시까지는 쉰다며 문을 닫아버렸다. 스페인에서는 손님인 내가 뭘 물어보려 해도 저희들끼리 얘기하느라 본 척도 안해 답답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그 중 fc 바르셀로나 축구경기 예매하는 곳에서 직원 둘이 얘기하는 걸 못기다리고 내가 무얼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 직원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충 대답해서 욱했던 적이 있었다. 독일에서는 십 년쯤 전까지만 해도 저녁 7시부턴가는 장사를 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 있었다. 이유는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네 상식으로는 천지가 뒤집힐 일이고, 요즘 유행하는 '갑질'이 하루에 수백 번도 더 있을 일이다.

 

걷다보니 아비뇽에서 가장 큰 시장에 오게 됐다. 시장에 온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더 정확하게는 시장에서 맛있는 먹을것을 산다는 것은 참 신나는 일이다. 오늘은 큰 생선을 하나 사서 저녁에 매운탕을 끓여먹었는데 아주 맛있었다. 생선 이름은 모르겠는데 명태랑 비슷했고, 맛은 훨씬 부드러웠다. 요즘 나는 장보는 게 참 재밌다. 주전부리할 걸 사서 그 자리에서 먹거나, 맘에 드는게 있으면 사서 해먹자고 하거나, 이걸 샀는데 저게 또 눈에 들어오면 그럼 저건 내일 먹자고 한다. 바르셀로나를 떠날 때에는 오렌지를 10킬로도 더 사서 차에 쟁여놨고, 멜론도 큰 놈으로 하나 사놨다. 스페인의 과일값이 훨씬 싸다는 이유로. 이러니 여행을 한 달이나 했는데 도통 짐이 줄어들줄 모른다. 따라서 내 뱃살도 줄어들줄 모른다.

 

유럽의 시장은 참 깔끔하다. 우리나라 재래시장 같이 길 가에 가게들이 죽 늘어서있는게 아니라 큰 건물 안에 조그만 가게들이 있다. 외관도 저렇게 멋지게 꾸며져 있는 경우가 많다. 부러운 것 중 하나다.

 

시장을 나와서는 아비뇽 유수의 장소인 아비뇽 교황청에 갔다. 물론 안에는 들어가지 않고 바깥에서 사진만 찍었다. 한 달쯤 유럽을 돌아다니니 크게 유명하지 않은 곳은 굳이 안에 들어가지 않는다. 다 비슷비슷하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공짜일 경우. ㅎㅎ

 

그리고는 아비뇽 다리(pont d'Avignon)를 구경하러 갔다. 프랑스어로 퐁은 다리라는 뜻이다.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의 무대인 퐁네프 다리는 '새로운 다리'라는 뜻이라고 한다. 네프가 new라는 뜻이라서. 퐁아비뇽은 홍수에 다리가 반이 잘려나가 반만 남아있다. 저 다리로 가는 것도 5유로인가를 내야한다고 해서 가지 않았다. 대신 길을 걷다가 성 위로 올라가는 조그만 출입구를 발견해 올라갔고, 그 곳은 아비뇽 교황청 정원과 연결되는 곳이었다. 그 곳에서 본 론강과 아비뇽 다리의 경치는 아마도 다리 위에서 본 것에 비해 뒤지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정원도 참 예뻤다. 아비뇽에 가는 사람이 있다면 교황청 정원은 꼭 가보시길..

 

비가 안왔으면 여기저기 한참을 다녔을텐데 비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숙소에 돌아왔다. 사 온 호박과 야채로 부침개를 맛있게 해먹고, 아이들과 포커를 쳤다. 숙소에는 카지노 칩과 카드가 있었다. 포커는 오늘 처음 가르쳐줬는데, 큰 애는 나름 게임센스가 있는 것 같다. 간혹 뻥카를 치기도 하고 심리게임을 하는게 눈에 보인다. 작은애는 뭐.. 아직 애다. ㅎㅎ

 

밤에는 아비뇽의 야경을 즐겨볼까 하고 차를 가지고 성 안으로 들어가봤는데 워낙 일방통행 길이 많아 길만 헤매다 돌아왔다. 유럽의 구도시는 워낙 도로가 좁아 네비게이션 없이는 운전이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인적도 드물고 가게는 모두 닫혀있고 살짝 무서웠다. 아쉬운 척하고 집에 돌아왔다.

 

내일은 밀라노로 떠난다. 내일도 하루종일 운전이다. 건성건성 하루가 지나니 피곤한 하루가 기다린다. 내일도 굿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