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29일째 "하루종일 비가 왔다" in Avignon

gentsa 2015. 1. 20. 07:26

 

스페인, 특히 스페인 남부에 있을 때에는 비 구경을 거의 하지 못했다. 비가 한 번인가 왔었던 것 같은데, 그 때도 오전에 오는둥 마는둥 하더니 오후에는 언제 그랬냐는듯 화창해졌다. 도시를 벗어나 도로를 달리다보면 땅은 말라있었고 햇빛은 따가웠다. 지중해성 기후가 이런 거구나를 제대로 느꼈다.

 

그런데 북쪽으로 올라와서 그런건지 아니면 비가 올 때가 되서 그런건지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왔다. 바르셀로나를 떠날 때부터 이 곳 아비뇽에 도착할 때까지 추적추적 쉬지도 않고 내린다. 내일도 하루종일 온다고 한다. 아비뇽도 아주 예쁜 도시라는데 비가 와 제대로 못느끼지 싶다. 이참에 나가지 말고 부침개나 부쳐먹을까?

 

이 곳 아비뇽의 숙소는 아주 마음에 든다. 바르셀로나 숙소의 세 배쯤 되는 것 같다. 52제곱미터라고 하니 15평이 조금 넘는다. 우리나라 아파트로 치면 25평형 아파트 정도의 넓이가 되는 셈이다. 5평 원룸에서 복작거리다 여길 오니 일단 마음의 여유부터 생기는듯하다. 네르하처럼 최신 시설은 아니지만 주인의 정성이 묻어나서 더 편안하다. 아주 사소한 것까지 신경쓴 게 눈에 보였고, 냉장고에는 물과 음료수가 채워져있었다. 떠날 때까지 부족한 물품은 없을 것 같다. 구조가 우리나라 아파트와 비슷해서 더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

 

오늘 길에는 원래 피게레스에 들려 달리 미술관을 관람하고 올 예정이었으나 미술관이 월요일이라 휴관이어서 그러지 못했다. 프랑스와 스페인의 미술관들은 월요일에 휴관인 경우가 많았다. 미술관에 거의다 도착해 그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 생각대로였다. 소피아왕비 미술관(프라도 미술관인 줄 알았는데 소피아 미술관이었다. 미술관을 많이 다녀 어디가 어딘지 통 모르겠다. ㅋㅋ)에서 아주 인상깊게 본 작품들이었는데 보지 못해 아쉽다. 그렇다고 4시간을 달려 다시 되돌아갈 수도 없는 일..

 

스페인의 3대 화가가 피카소, 미로, 달리라고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세 명의 화가가 모두 경제적으로 잘 살다갔다.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고흐란 사나이도 있었는데.. ~♬♪♬♩~~' 미로는 자신을 천재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 자서전에도 그렇게 썼다고 하고. 천재가 잘난 척하는 건 상관없다. 대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잘난 척 하는 건 세상에서 가장 참아주기 어려운 것 중 하나인 것 같다.

 

생각해보니 한 달간을 거의 쉼없이 달려온 것 같다. 여행이 일은 아니지만 아침부터 종종거리다 집에 와서 잘 때까지 정리하고 계획 세우고 쉴 틈이 없었던 것 같다. 내일은 좀 하루종일 집에서 쉬는 것도 괜찮을 것 같긴 한데 아비뇽을 느끼고 싶은 마음도 한가득이다. 내일은 과연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