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밀라노 관광을 다 한 것 같다. 성당 두 곳, 미술관 두 곳을 가니 딱히 다른 갈만한 곳이 없다. 대부분의 것들이 두오모 역 근처에 있어 이동시간이 짧아 그리된 것 같기도 하다. 밀라노는 패션의 도시이고 아울러 명품을 싸게 살 수 있는 걸로 유명한 모양인데, 그런 것에 나와 가족들은 별 관심이 없다. 거리를 걷고, 맛있는 걸 먹고, 그림을 보다 집에 왔다.
오늘 처음 간 곳은 엠마누엘레 2세 갤러리. 난 이름만 듣고는 미술관인 줄 알았더니 아케이드 형식의 쇼핑몰이었다. 그렇다고 허접한 지하상가 쇼핑몰 같은 건 아니고, 아름다운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들로 이루어진 아주 큰 규모의 쇼핑몰이다. 그리고 나는 이름도 들어보지도 못한 명품 브랜드 가게들이 들어서있다.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나 명품이지 우리같은 사람에게는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다. 10분만에 나온 것 같다.
바로 옆에 있는 두오모 성당에 갔다.전형적인 고딕양식의 성당이라고 하는데, 보면 '아 고딕양식이 저런 거구나'하는 느낌이 든다. 수백 개의 첨탑으로 이루어져있어 보기에 아주 장관이다.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흑형들이 자꾸 끈팔찌하라고 찝적거린다. 계속 거절했더니 아프리카가 싫으냐는 둥 시비조로 말을 걸어오면서 무료라는 말을 몇 번이나 한다. 빨리 떼낼 요량으로 그러라고 했더니 결국 돈을 달라고 하고, 싫다는 말에 같은 패거리 여러 명이 모여든다. 그렇다고 공갈꾼들에게 당할 수는 없는 법. 단호히 거절하고 자리를 피하니 더이상 따라붙지 않는다. 센 척은 했지만, 솔직히 쫄렸다. ㅎㅎ
성당 내부는 아주 웅장하다. 조각들도 아주 섬세하고 금딱지로 쳐바르지도 않았다. 내가 여기저기 구경하고 다니는 사이에 큰 애와 작은 애는 1유로씩 내고 초에 불을 붙이고 소원을 빈 모양이다. 입장할 때에는 사진을 찍으려면 2유로를 내야한다고 해서 2유로를 냈다. 입장료 안받는게 어딘가 싶기도 했지만, 성당이 장사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오늘 간 미술관은 암브로시아나 미술관과 브레라 미술관이다. 걸어서 10~20분 거리인데다 규모도 그리 크지 않아 각 1~2시간 정도면 볼 수 있다. 암브로시아나 미술관에선 카라바조의 '과일 바구니'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초상화 그림이 가장 볼만 했고, 브레라 미술관에서는 만테냐의 '죽은 예수', 루벤스의 '최후의 만찬', 카라바조의 '엠마오의 만찬'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만테냐의 '죽은 예수'는 아들 예수의 죽음과 그의 어머니 마리아의 슬픔이 표현된 듯하여 기존의 성화들과는 다른 느낌이어서 좋았다.
마지막으로 그라치에 성당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보았다. 소설 '다빈치 코드'에 나오는 것처럼 칼을 든 손이 베드로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부자연스러웠다. 차라리 다른 제3의 손이라고 하는 일설이 더 설득력있어 보였다. 애들에게 이 얘기를 해줬더니 그림을 뚫어져라 보고 서로 확인하고 난리법석이다. 주어진 20분 중 10분은 그 얘기로 지나간 것 같다.
점심은 밀라노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판제로띠와 젤라또 아이스크림으로 해결했다. 둘 다 흡족했다. 특히 애들이 너무 좋아했다. 판제로띠는 튀김의 고소함과 맛있는 치즈의 쫀득함이 합쳐져 너무 맛있었고, 젤라또는 원재료의 맛이 그대로 살려지면서도 달콤했다. 밀라노에 간다면 추천~~ 저녁은 슈퍼에서 돼지고기를 사다가 돼지고기 야채 볶음을 해먹었는데 이 역시 굿~~ 맥주를 반주로 하니 궁합이 딱 맞다.
내일은 밀라노 근교에 있는 코모에 갈 예정이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호수가 있다고 한다. 내일은 제대로 된 작품사진이 나와줘야할텐데..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4일째 "1,20유로와 1유로" in Venice (0) | 2015.01.25 |
---|---|
33일째 "판단 미스" in Milano (0) | 2015.01.24 |
31일째 "눈을 뚫고 이탈리아로" in Milano (0) | 2015.01.22 |
30일째 "쉬엄 쉬엄" in Avignon (0) | 2015.01.21 |
29일째 "하루종일 비가 왔다" in Avignon (0) | 2015.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