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슈퍼에서 햄버거용 고기 패티가 있는 걸 보았다. 그냥 굽기만 하면 되게 둥그렇게 모양이 되어있었고, 고기도 아주 두툼했다. 빵 파는 코너에서도 제대로 된 햄버거용 빵을 팔고 있어 우리는 햄버거를 만들어 점심을 먹자는데 의기투합했고, 오늘 베니스 가는 길에 먹을 햄버거 도시락을 싸게 됐다. 결과는 대성공. 고기, 치즈, 양상치, 계란 후라이까지 넣은 최고급 수제 햄버거가 됐다. 앞으로도 종종 이런 점심 도시락을 먹을 것 같다.
점심을 먹은 곳은 가르다 호수였다. 지도를 보니 베니스 가는 길에 큰 호수가 있기에 여기서 점심을 먹으면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블로그를 쓰려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알프스의 눈이 녹아 만들어진 이탈리아 최대의 호수라고 한다. 물이 참 맑더라니. 베니스에 조금 늦게 오더라도 북쪽으로 차를 좀 몰아볼걸 그랬다.
베니스의 주차비는 1일에 평균 30유로 정도이다. 우리는 3박 4일을 묵어야하므로 주차비만 15만 원을 내야하게 생겼다. 우리나라 웬만한 주차장의 한 달치 주차비이다. 용인이 안된다. 열심히 인터넷을 검색해 섬 바깥에 있는 무료주차장을 찾아냈다. 결국 일단 가족들과 웬만한 짐들을 베니스에 내려놓고 나는 다시 섬밖으로 나와 주차한 후 기차를 타고 다시 섬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주차를 하고 난 후 기차역까지는 어찌나 멀든지.. 1킬로미터를 걸었다. 게다가 고장난 노트북과 책들이 든 베낭을 짊어지고 바르셀로나에서 산 메론까지 한 팔에 들고. 무료 주차장이다 보니 관리인이 없어 차에 물건을 놔두면 유리창을 깨고 물건을 가져가기도 한다고 한다. 이를 예방하려면 차를 깨끗이 비우는 수밖에 없다.
기차요금으로 1유로 20센트를 냈다. 그런데 베니스의 산타루치아 역에 도착해 간 화장실 요금은 1유로. 내 인생에서 가장 비싼 오줌을 눈 게 아닌가 싶다. 웬지 억울한 생각이 들어 비누를 듬뿍 써서 손도 오래 닦은 후 건조기로 충분히 말리고 나왔다. 외지에 나와보니 물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우리나라에서 이건 얼만데'가 된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이건 저번 그 도시에서는 얼마였는데'이다.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베낭을 매고 메론과 오렌지가 든 손가방을 들고 숙소로 향했다. 수상 택시를 탈까하고 기사에게 지도를 보여주니 요금이 50유로라며 걸어서 5분밖에 안걸린다고 그냥 걸어가란다. 그런데 우리는 30분은 걸은 것 같다. 이놈의 저주받은 어두운 길눈과 오늘따라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인도하신 구글지도 탓이다. 상의는 땀으로 흠뻑 젖고, 화는 머리끝까지 나고, 가보니 거기가 아니라고 하고. 제대로 고생한 후 숙소로 들어왔다. 숙소는 마음에 든다. 깨끗하고 시설도 좋다.
저녁은 라면스프파스타. 오늘 운전하며 오다 순전히 나의 창의적인 발상으로 만들어낸 메뉴이다. 레시피는 아래.
1. 물을 올리고 스파게티 면을 삶을 준비를 한다. 동시에 마늘과 당근과 새송이 버섯을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2. 끓는 물에 스파게티 면을 넣어 삶는다.
3. 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둘러 마늘과 당근과 새송이 버섯과 반쯤 삶아진 스파게티 면을 볶는다. 면 삶은 물은 버리고 냄비에 다시 물을 넣어 끓인다.
4. 물이 끓으면 볶던 스파게티 면을 넣고 라면 스프를 넣은 후 면이 적당하게 익을 때까지 끓인다. 물은 자작자작할 정도만 넣는게 중요하다.
5. 취향에 따라 치즈를 얹어먹는다. 먹어보니 그냥도 좋고 치즈 넣어도 좋다.
맛있는 파스타가 되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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