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베니스 바깥의 섬들을 구경했다. 베니스 외곽에는 꽤 많은 섬들이 있는데, 가장 대표적으로는 베니스 영화제가 열리는 리도 섬, 유리 공예가 발달한 뮤라노 섬, 레이스 공예와 일록달록한 집들로 유명한 뷰라노 섬이 있다. 이 중 리도 섬은 여름에는 피서객들로 붐비지만 겨울에는 거의 사람이 없다시피 하는 모양이어서 생략하고, 뮤라노 섬과 뷰라노 섬만 구경했다.
뮤라노 섬과 뷰라노 섬 모두 다리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 배로 가야한다. 뮤라노 섬은 두 집 건너 한 집은 유리공예품을 팔거나 만드는 곳인 듯하다. 어제 베니스 본섬에서 유리공예 제품을 볼 때에도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다. 결국 이곳에서 책갈피를 샀다. 책에 끼워두면 두고두고 이 곳이 생각날 것 같다.
어제는 생애 가장 비싼 오줌을 누었다고 생각했는데 단 하루만에 그 기록을 깼다. 뮤라노 섬에서 화장실을 갔는데 내야하는 요금이 1유로 50센트, 우리나라 돈으로 무려 2천 원이다. 이태리에 오면서 관광객들에게 돈을 좀 많이 뜯어낸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화장실 1,50유로는 좀 심하다. 파리에서 화장실 요금 50센트는 약과였다. 게다가 이태리에서는 아이들 할인 요금이 없는 곳이 부지기수다.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는 박물관에서 작은 애는 거의 요금을 내지 않았고, 큰 애도 그런 경우가 많았는데 여긴 그렇지 않다. 10살짜리 작은 애도 성인과 같은 요금을 내기도 한다. 단, 어제 간 아카데미아 미술관은 18세 이하는 무료입장이었다. 원래는 EU시민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었지만, 우리 아이들은 EU 시민인척 하고 무료로 입장했다. 외국에 나오니 좀 뻔뻔해지는 것 같다. ㅎㅎ
운전할 때 별것도 아닌데 뒤에서 빵빵거리는 소리에 깜짝 놀랄 때도 많았다. 울컥해 내려서 주먹다짐이라도 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파리에서는 일주일 있는 동안 크락션 소리를 두 번인가 들었는데, 이태리에서는 우리나라나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오늘은 큰 애가 배에서 잘못 내려 저만큼 가는 애를 다시 불러들였는데, 잠깐의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고 배를 출발하려 해 내가 저지하기도 했다. 하마터면 섬에다 애를 놓고 나올 뻔 했는데, 그걸 뻔히 보고도 배를 출발시키려하다니 좀 어이가 없었다. 이태리 다른 곳에서도 이런 일이 생긴다면 다음에는 별로 오고싶지 않을 것 같다.
뷰라노 섬은 아이유가 뮤직 비디오를 찍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더 유명해진 섬이라고 한다. 다른 섬들과 다른 것은 집들이 알록달록 색으로 벽을 칠했다는 점이다. 가이드 북을 보니 주민들이 페인트를 칠할 때 지방정부가 돈을 댄다고 한다.아마 관광객을 더 끌어모으기 위해서인 것 같은데 아이디어가 좋다.
뮤라노 선이나 뷰라노 섬이나 경치는 최고였다. 날씨도 좋아 따뜻한 겨울을 느끼며 산책하는 느낌이었다. 저녁에는 산조르조 마조레 성당 탑에 올라가 베니스 야경을 봤다. 좀 더 일찍 도착해 노을을 볼 계획이었는데 그러지 못해 좀 아쉽다.
내일은 친퀘테레 구경을 위해 라스페치아로 간다. 그곳도 아름다운 곳이라도 한다. 요즘 눈이 참 호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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