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에서의 실질적인 첫 날. 어제는 짐 끌고 고생하느라 베니스를 느낄 틈이 없었다. 바다 위에 사람의 손으로 건설됐다는 베니스는 과연 어떠한 모습일지 궁금하다. 예전 베니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우연히 본 적이 있는데, 베니스의 현재 건물 밑 땅에는 로마시대로부터 건축된 건물들이 묻혀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건물들이 조금씩 가라앉고 그 위에 다시 건물을 지어 살아간가니.. 그 모습은 실제 어떠할지 자뭇 궁금하다. 현재도 베니스는 아주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고 한다.
아주 조그마 섬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이 작은 섬들을 다리를 놓아 하나로 연결해 큰 섬을 만들었다. 멀리 떨어져 작은 다리로는 연결하기 어려운 곳은 큰 다리 한두 개로 연결했고, 그마저도 어려운 바깥섬들은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아니면 수영을 해서 가거나.. ^^
작은 다리로 연결된 큰 섬은 넓이가 꽤 되서 끝에서 끝까지 걸어다니기에는 힘이 부친다. 그래서 버스가 다닌다. 바포라토라고 하는 수상버스. 버스는 섬 주위를 돌거나 섬 가운데 그나마 큰 수로를 운행하거나 큰 섬과 작은 섬들을 연결한다. 버스가 있으면 택시도 있는 법. 자가용도 있고 관광버스도 있다. 보트랑 곤돌라. 섬 안에는 바퀴를 달고 다니는 자가용과 오토바이나 자전거가 없다. 있어봐야 소용없다. 보통 100미터만 가면 다리가 나와서 다리를 건너려면 들어야 한다. ㅎㅎ
물과 건물이 만들어내는 경치는 섬 곳곳에서 뷰 포인트를 만들어낸다. 아침의 느낌과 한낮의 느낌과 저녁과 밤의 느낌이 다르다. 유럽의 미술관에서 베니스 풍경을 그린 작품들이 적지 않았던 이유를 알 법하다. 베니스는 사랑하는 사람과 단 둘이 낭만을 즐길만한 도시인 것 같다.
베니스에는 예쁜 악세사리들이 많다. 유리공예가 발달한 도시여서 그런가보다. 애엄마와 아이들은 10미터마다 멈추어 서서 진열된 상품들을 보며 감탄한다. 나도 따라 보는데, 내 눈에도 너무 예쁘다. 아주 예쁜 책갈피가 눈에 띄었는데 구입은 일단 보류. 큰 애는 레이스 팔찌와 자그마한 유리 고슴도치를 샀다.
밀라노에는 두오모 광장을 중심으로 성당과 박물관들이 있었다면, 이 곳 베네치아는 산 마르코 광장이 중심이다. 산 마르코 성당, 두칼레 궁전, 탄식의 다리가 있고, 바다 건너편에는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 아카데미아 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다. 산 마르코 성당은 성당 천장과 내벽을 꾸미고 있는 모자이크 그림들이 멋지다. 성당 내 2층 박물관에 가면 가까이 볼 수 있다. 원래 사진을 찍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데 관리자들이 보이지 않아 여러 장을 찍었다. 다른 박물관에서는 방마다 관리자들이 있었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다. 돈만 받고 관리하지 않는다면 내가 굳이 지시를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관은 아카데미아 미술관과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이 유명하다. 아카데미아 미술관은 바로크 시대까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다른 박물관에 비해 베네치아 화파의 그림들이 많다고 한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현대 미술이 전시되어 있는 박물관이다.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이어 구겐하임 미술관까지 가려했으나 현대 미술에 노이로제가 걸린 두 딸의 심난한 표정에 관람을 접었다. 며칠 전 달리 미술관에 가지 못한 게 계속 마음에 걸리고 있는데, 구겐하임 미술관도 그리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일요일에는 슈퍼마켓이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았은데 여기서는 그렇지 않았다. 워낙 관광자들이 많아서인지 다른 상점들도 일요일임에도 문을 연 곳이 절반 이상인 듯하다. 이탈리아에서는 coop이라는 슈퍼마켓이 유명한 모양인데, 이곳에 들러 장을 봤다. 오늘 산 와인은 참 맘에 든다. 거의 한 병을 다 마셨다. 그리고 감자칩도. 우리나라 감자칩과 비교해 맛과 양에서 세 배는 되는 듯하다. 가격은 우리나라 감자칩과 같은 가격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질소 과자를 불만스러워 했었는데 유럽에 와보니 결코 괜한 불만이 아니다.
오늘도 참 많이 걸었다. 이제는 무릎이 삐걱거린다. 잘 따라다니는 딸들이 대견스럽다.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7일째 "딱딱한 치즈가 있었네" in La Spezia (0) | 2015.01.28 |
---|---|
36일째 "외곽 섬 구경" in Venice (0) | 2015.01.27 |
34일째 "1,20유로와 1유로" in Venice (0) | 2015.01.25 |
33일째 "판단 미스" in Milano (0) | 2015.01.24 |
32일째 "하루만에 마친 밀라노 관광" in Milano (0) | 2015.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