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54일째 "이집트 문명을 보려면 바티칸으로(1)" in Rome

gentsa 2015. 2. 14. 16:52

 

 

 

 

 

 

 

 

 

 

 

 

 

 

 

 

 

 

 

 

오늘은 바티칸에서 하루를 보냈다. 오늘은 아침도 대충 먹고 일찍 집을 나섰다. 원래 7시 반에 나서려고 했는데 그러지는 못하고 집을 나선 시간은 8시. 바티칸을 방문하는 이들이 워낙 많아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야한다고 해서이다. 바티칸 박물관에 도착한 게 8시 40분인데 이미 100미터쯤 줄을 서있다. 9시부터 입장을 시작했고, 9시 반쯤 박물관에 입장할 수 있었으므로 한 시간쯤 줄을 섰나보다. 우리 바로 뒤에 있는 이들은 가이드 투어를 받는 한국인들이었는데, 살짝 들리는 가이드 말로는 작년에는 7시간 줄을 서기도 했단다. 제대로 줄서있는게 맞나 싶어 확인차 입구까지 가보았는데 우리 앞쪽으로 줄 서 있는 사람들의 80%는 한국인들인 것 같다. 가이드 투어 하는 이들이 많았고, 가이드 투어가 아니더라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워낙 '부지런'하고 '전투적'인 관광을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우리도 그 행렬에 동참했다. ㅎㅎ

 

바티칸 박물관에서 처음 볼 수 있는 것은 이집트 문명의 유물들이다. 루브르에서 보았던 이집트 유물들은 그 질적 수준에서 시쳇말로 게임이 되지 않았다. 바티칸에서는 우리말로 들을 수 있는 오디오 가이드를 빌릴 수 있었는데, 오디오 가이드상으로는 바티칸에 있는 이집트 유물들은 고대 로마시대부터 중세를 이어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집되었다고 한다. 중세시대에 절대권력을 누리던 교황들이 수집한 유물들이었으니 최고 수준의 유물들을 수집할 수 있었을 것 같다. 4000년 전 사람들이 어찌 이러한 미적 감각과 기술들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빗살무늬 토기만 알고 있었던 내가 좀 한심스러웠다.

 

고대로마 문명 전 이탈리아 중북부 지방에서 번영했다는 에스투리아 문명의 유물들도 놀라웠다. 특히 말이 끌었을 것 같은 바퀴가 달린 수레의 모습은 근대의 것이라고 해도 믿지 않을까 싶다. 약 3000년 전의 유물이다.

 

고대로마의 조각품들도 볼거리 중 하나다. 트로이 목마 신화와 관련된 '라오콘', 몸뚱아리만 남아있는 '토르소' .토르소는 헤라클라스였을거라 짐작한다고 한다. 토르소의 때를 벗겨내는 작업을 볼 수 있었다. 복원사들이 면봉에 화학약품을 묻혀 거무튀튀한 것을 닦아내고 있었다. 큰 몽둥이를 들고 있는 청동상을 볼 수 있었는데, 제국의 오만함이 느껴져 훅 짜증이ㅜ났다. 이집트 문명실에 있던 로마 조각상도 이집트를 정복한 로마를 상징하고 있는 것 같아 마찬가지. 로마가 정복한 문명이나 도시에 대해 관용적이고 개방적었다고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정복자의 자신감과 오만함은 감추어지지 않는 것 같다.

 

베르니니가 청동상 제작을 위해 만든 석고상을 볼 수 있었는데 거친 석고상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베르니니는 정말 여성의 몸을 조각하는데 있어 최고의 조각가가 아닌가 싶다.

 

라파엘로의 프레스코화들과 카라바조의 그림도 볼 수 있었다. 25살에 바티칸의 벽화들을 그리도록 주문받았던 천재 화가였다고 한다. 그런데 32살에 요절. 카라바조도 살인을 저지르고 결국 사면받지 못한 채 젊은 나이에 죽었다고 한다. 난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이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나 최후의 심판보다 더 좋았던 것 같다. 이는 워낙 내 그릇이 작아 거대한 역작보다는 내가 보기 편한 작품을 더 좋아하는 면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