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뉴욕여행 5일차 : 휘트니 미술관, 하이라인, 첼시마켓

gentsa 2018. 12. 9. 11:22

 

 

 

 

 

 

 

 

 

 

 

 

 

 

 

 

휘트니 미술관은 최근 맨하탄의 서남쪽인 미트패킹 지역으로 이전했다. 미국 여행 관련된 책들에서 독특한 건물외관 등을 소개하면서 뮤지엄 마일에 있다고 했는데, 1-2년 사이에 이전한 모양이다. 휘트니 여사가 미국 작가들의 소장품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기증하려 했는데 받아주지 않자 열받아서 박물관을 지었다고 한다. 미국 국적의 작가들이나 미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직품만 전시하고 있는데, 2차 대전 이후 세계 미술의 중심이 미국으로 바뀌었으니 한 번쯤 가볼만한 곳인듯하다. 다만, 소장 작품의 수가 그리 많지 않고, MOMA나 구겐하임 미술관에 비견할만하진 않은 것 같다.

 

휘트니 미술관에서는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미국 작가인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들이 상당하다. 호퍼의 그림들은 거의 예외없이 미국 도시들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인데, 황량하고 소외된 느낌을 전해준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미국에 와서 살고싶지 않을 것 같다. 예전에 재밌게 봣던 5 to 7이라는 영화에서 프랑스인인 여자 주인공이 미국인인 남자 주인공과 호퍼의 그림을 보면서 그림속 사람들이 꼭 죽어가고 있다고 한 장면에서 “아 그러네” 하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대공황 시기의 모습이나 세계대전 즈음의 미국의모습을 그린 리얼리즘 회화도 눈에 들어온다. 박물관의 해설가가 그림을 설명하는 그룹을 만났는데, 몇몇 귀에 들어온 단어들로 유추해보건데 빨간 색 옷을 입은 여성이 공산주의자를 상징하는데 당시 미국의 메카시즘을 표현한게 아닌가 싶다.

 

앤디 워홀의 “A to B come back again”이라는 제목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기간이 정해진 걸 보니 특별전인듯하다. 미국인들은 앤디 워홀을 엄청 좋아하나보다. 특별전 장소에 사람들이 발디딜 곳 없을 정도로 많고, 그림을 보고 나오니 입장하려는 사람들의 줄이 50미터는 되어보였다.

 

앤디 워홀의 작품을 책에서 보았을 때는 뭐 이런 종류의 예술이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정도였는데, 직접 보니 느낌이 다르다. 그림들이 약간씩 변형되어 반복되면서 큰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기에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고 느끼게 하는 효과가 있다. 나보다 큰 무언가가 내 앞에 있으면 다시 한 번 쳐다보고 생각하게 되는게 있지 않나. 그리고 캠벨수프나 마릴린먼로의 그림처럼 가벼운 느낌의 그림만 있는줄 알았는데 경찰 시위장면이나 사형의자와 같은 무거운 주제의 그림들도 있었다. 앤디 워홀의 특별전을 휘트니 미술관에서 만난 것도 작은 행운이다.

 

미술관에서 나오면 바로 하이라인으로 올라갈 수 있다. 하이라인은 폐철로 고가를 공원으로 꾸민 걸 말하는데, 허드슨 강을 따라 몇 킬로미터쯤 형성되어 있다. 얼마전 서울시에서 서울역 고가도로를 산책로로 꾸몄다고 했는데, 여기를 벤치마킹했나보다. 꽃과 나무들이 식재되어있고, 도심과 강을 모두 바라볼 수 있어 산책하기 좋겠다 싶다. 그런데 겨울엔 바람 때문에 춥다. 봄에 왔으면 참 좋았겠다 싶다. 내년 봄엔 대신 서울의 하이라인을 가봐야겠다.

 

하이라인을 걷다가 밑으로 내려오면 첼시마켓에 갈 수 있다. 첼시마켓은 도축 공장을 개조해 식당이나 상점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인데, 우리나라 관광객들에게는 킹크랩을 싸게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10만 원 정도 주고 제일 큰 사이즈의 킹크랩을 샀는데, 애들 표현으로는 “존맛”이란다. 네 명이서 배부르게 먹으려면 두 개 정도가 적당하겠는데, 우린 다른 음식도 먹고싶어서 그 정도로만 했다.

 

저녁에는 미슐랭 투스타의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갔는데, 익숙하지 않은 메뉴와 익숙하지 않은 스테이크 두께에 맛있게 먹진 못했다. 가장 많이 찾는 메뉴를 중심으로 주문했는데도 그렇다. 10만 원짜리 킹크랩이 50만 원짜리 이태리 정식보다 10배쯤 맛있었다. 그래도 이런 메뉴를 여기 아니면 어디서 먹어보겠냐 싶고, 또 이런 사치를 여기서 아니면 언제 누리겠냐 싶어 잘한 일인 것 같다.

 

내일은 숙소를 로우맨하탄으로 옮긴다. 월스트리트에서 묵을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에서 잠을 자는 날이 생기다니 촌놈 출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