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정책·정치

최저임금 인상과 준수율 제고

gentsa 2015. 6. 30. 10:03

 

 

최저임금 인상과 준수율 제고

 

 

1. 왜 최저임금 인상이 비정규직 대책인가

 

 

최저임금 인상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대책인 이유는 최저임금 인상이 주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점은 최저임금 미달자 및 수혜자 비율이 비정규직에서 월등히 높다는 점에서 확인된다. 2015년 3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최저임금 미달자(232만 명) 중 비정규직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92.5%(215만 명)이고, 최저임금 수혜자(1762만 명) 중 비정규직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87.0%(153만 명)이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누리는 대부분의 노동자가 비정규직임을 의미한다.

 

 

최저임금의 110% 미만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는 320만 명인데, 이 중 비정규직 노동자는 288만 명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34.4%가 최저임금의 실질적인 영향력 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시간제 노동자와 가내근로 노동자의 영향률이 매우 높은데, 시간제 노동자의 47.9%, 가내근로 노동자의 67.4%가 최저임금의 110% 미만자로 최저임금 인상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중소 ᐧ 영세사업장일수록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이 무의미하다. 넓은 의미로 중소 ᐧ 영세 사업장의 노동자를 비정규직 노동자의 범주로 포함한다면,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는 더욱 커진다. 박준도의 전국 산업단지 노동실태조사 결과 분석(2015)에 따르면, 시간당 임금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노동자 비중이 34.8%이고, 시간당 5,683원에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 노동자 비중은 36.0%이다.

 

 

2011년 민주노총에서 실시한 전국 7개 공단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30인 미만 영세사업장 뿐만 아니라 30-299인 중규모 사업장에서도 응답자의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비율이 월평균 150만원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심지어 월임금총액이 100만원 이하인 경우도 30인 미만 사업장 응답자의 16.6%에 달할 뿐만 아니라, 30-299인 사업장에서도 응답자의 10%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정규노동시간을 초과하는 잔업과 휴일근로가 일상화되어 있음을 감안하면, 월평균 150만원 이하의 임금은 거의 최저임금 수준 혹은 최저임금 미달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합 가입률은 1.4%, 300인 미만 사업장의 조직률은 7.1%로 단체협약을 통해 임금을 인상할 수 있는 가능성은 별로 없다. 결국 이들의 임금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직접적인 장치는 최저임금 인상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2. 2016년 최저임금, 얼마만큼 인상해야 하나

 

 

1) 최소 10% 이상 인상해야

 

최저임금 인상을 얼마나 할 것인가는 매우 어려운 주제이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한 나름의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은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한 각 당의 공약을 제시하였는데, 최소 인상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새누리당의 ‘물가상승률+경제성장률+소득분배조정분’이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새누리당이 제시한 기준을 상회하는 ‘노동자 평균정액급여의 50% 이상’이었으므로 최소 최저임금 인상률은 ‘물가상승률+경제성장률+소득분배조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물가상승률+경제성장률+소득분배조정분’은 그간 오랫동안 최저임금 인상기준으로 제시되어 왔다.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저하되지 않기 위해서는 물가상승률만큼 인상되어야 하고, 노동생산성 증가분(경제성장분)만큼 인상되는 것이 마땅하며, 사회적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한 부분만큼 추가적으로 인상되어야 한다는 논리인데, 최소한의 객관적인 인상률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최저임금법에서 제시하는 최저임금 인상 기준도 이와 유사하다. 최저임금법 제4조제1항에 최저임금의 결정기준과 구분으로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정한다.’고 하고 있는데, 마찬가지의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DJ정부와 참여정부에는 이러한 기준이 최저임금 인상률의 기준으로 작동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아래 그림에서와 같이 2000년 이후 년도별 최저임금 인상률은 ‘물가상승률+경제성장률+α’였다. 그러다가 MB정부 들어서 ‘물가상승률+경제성장률-α’가 되었고, 박근혜 정부 들어 다시 회복하여 최저임금 인상률은 7%대를 유지하고 있다.

 

 

 

2014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3%이고, 경제성장률은 3.3%이며, 여기에 소득분배조정분 5% 정도를 더한다면 최소한 10% 이상의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럴 때 2015년 최저임금은 시급 6,140원, 월급 1,283,260원(1주 40시간 노동 기준)이 되고, 이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른 1인 이상 사업장 평균임금의 49.0%가 된다.

 

 

2) 15~20%가 적정한 인상률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 인상한다고 해도 혼자 근근이 살아가기도 어렵고, 부양가족이 있을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발표한 2014년 미혼 단신근로자 평균생계비는 1,553,390원으로 2015년 최저임금 1,166,220원은 이의 75%에 불과하다. 10%를 인상하여 1,283,260원이 된다고 하더라도 82.6%에 불과하다. 미혼 단신근로자 평균생계비의 90%가 되려면 현재보다 20% 인상된 시급 6,700원이 되어야 한다.

 

 

국민들이 느끼는 최저생계비도 위와 유사하다. 2010년 기준 한국복지패널조사의 1인 가구 주관적 최저생계비 평균값은 1,340,000원이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의 물가상승률 11.8%를 가중하면, 2014년 기준 주관적 최저생계비 평균값은 1,498,000원이다. 현재 최저임금보다 28% 이상 인상되어야 가능한 금액이고, 90%가 되려고 해도 시급 현재보다 15.6% 인상된 6,450원이 되어야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을 위한 3인 가구 및 4인 가구의 최저생계비(2015년)는 각 1,359,688원, 1,668,329원이다. 현재 최저임금이 각 16.5%, 43.0% 인상되어야 가능한 금액이다.

 

 

최저임금법에 규정된 바와 같이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향상을 꾀하기’ 위해서는 2016년 최저임금은 현재보다 15~20%를 인상하는 것이 적당하다. 그럴 경우 2016년 최저임금은 시급 6,420원~6,700원, 전일제 기준 월급 1,304,000원~1,680,000원이 된다.

 

 

3. 최저임금 준수율 제고 방안은?

 

 

1) 근로감독 행정 강화

 

 

최저임금 인상률을 높이는 것만큼 최저임금을 지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유선의 앞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저임금 미달자 비율은 12.1%로 OECD 평균의 두 배에 이른다. 게다가 향후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한다면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그 비율이 더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근로감독 행정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ILO(2008)의 Global Wage Report는 ‘최저임금 준수는 근로감독관의 사업장방문 확률과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을 때 벌칙 수준의 함수다. 근로감독 행정이 취약하고 벌칙 수준이 낮으면 최저임금은 종이호랑이가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여 최근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1차)’에서 최저임금 준수율을 높이기 위해 최저임금 1차 위반시 우선 과태료를 부과하고, 2차 위반시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형벌 대신 행정벌을 부과하겠다는 것에 찬성할 수 없다. 현재는 최저임금법을 위반하여 임금을 미지급했다고 하더라도 고용노동부의 금품지급 지시에 따르면 형사입건하지 않고 있는데, 이를 개선하여 1차 위반시부터 금품 지급 여부와 상관없이 형사입건하고 처벌하면 된다.

 

 

한편, 주로 최저임금을 위반하고 있는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 행정력이 미치기에는 근로감독관의 수가 너무 적다. 최소한 현재보다 2배 이상 증원하여야 한다. 그리고 고용노동부 내에 최저임금 전담기구를 구성해 최저임금 전담 인력을 대폭 확충하여야 한다.

 

 

2) 최저임금 적용제외자 최소화

 

 

현재 최저임금법상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자로서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은 경우와 가사사용인에는 최저임금이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고, 3개월 이내의 수습노동자 및 감시단속적 노동자에게는 10%까지 감액하여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질적으로는 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일하지만 계약형태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들 역시 최저임금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져 있다.

 

 

현행 감액 지급 대상자인 수습노동자 및 감시단속적 노동자는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바꿔야 한다. 근로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장애인이나 가사사용인은 우선 감액지급 대상자로 전환하고, 장기적으로는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받도록 해야 한다. 특수고용형태 노동자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마땅하겠으나, 우선 최저임금법만이라도 적용케 하는 것도 방안 중 하나이다. 현행 법률상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지위는 아니지만,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편법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최저임금법을 실질적으로 위반하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된다. 현재와 같이 휴게시간을 아무런 제한 없이 늘리는 것이 계속 허용된다면,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는 반감된다. 근로기준법상 휴게에 대해 엄격하게 정의하고, 휴게시간의 상한을 정하여 편법적인 휴게시간 운용을 금지하여야 한다.

 

 

4. 중소기업/자영업자 지원은 사회보험 지원 확대로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은 중소기업과 중소자영업자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여 중소기업/자영업자의 부담을 정부가 온전히 덜어주는 지원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평년 예상치를 웃도는 부분 중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지원규모일 것이다.

 

 

중소기업/자영업자에 대한 여러 지원들이 거론되고 있는데, 그 중 사회보험료 지원은 반드시 포함되어한다. 사회보험료 지원은 다른 지원방안들에 비해 도덕적 해이의 가능성이 낮고, 사중손실 규모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회보험료 가입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일 뿐 아니라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역할까지 한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현재 사회보험 지원제도로는 ‘두루누리 사회보험’ 제도가 있다. 현재는 월 평균 보수 140만 원 미만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와 노동자에게 국민연금과 고용보험료의 50%를 지원하고 있다. 월 평균 보수 ‘160만 원’ 미만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와 노동자에게 국민연금과 고용보험료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까지 50%를 지원하는 것으로 확대해야 한다. 또한 현재는 10명 미만 사업장에만 지원하고 있는데, 이를 ‘30인 내지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하여야 한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자영업자가 지원받는 사회보험료는 해당 노동자 인건비의 4.3%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160만 원 미만의 보수를 받는 노동자 대부분이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보는 노동자들일 것이다. 만약 최저임금이 15% 인상된다면, 이는 중소기업/자영업자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새롭게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의 약 1/3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사실상 작년 최저임금 인상률 7.1%를 제외하면 중소기업/자영업자가 예상치보다 높게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7.9%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4.3%는 이의 절반을 넘는 금액으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의 상당부분을 정부가 지원하게 되는 것이다.

 

 

이 외에도 현재의 고용유지지원금을 이용하거나, 카드수수로 인하를 추진하는 등 여러 지원책들을 강구한다면 중소기업/자영업자가 느끼는 최저임금 인상 부담은 상당히 감소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