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로 와서 리스 자동차를 반납했다. 오는 길에 나폴리에 들러 다시 빵을 사려는 계획은 결국 실패했다. 나폴리까지는 들어왔는데 길을 잘못 들어서 생각보다 20분쯤 늦어지게 되서이다. 정오께 문닫는 집인데 12시 반 넘어 도착하게 생겼고, 로마에서 차 반납 시간에 맞추기도 어렵게 돼 깨끗이 단념했다. 그런데 아직도 그 달콤한 맛이 떠오른다. 아쉽게 됐다.
자동차 목욕도 시켜줬다. 물론 차 안 구석구석까지 때도 벗겨줬다. 가다가 비를 만나 외부세차는 도루묵이 됐지만 말이다. 로마 공항에 도착해 차를 반납하고 공항 터미널로 가는 차를 탔는데 자꾸 돌아보게 된다. 그동안 수고했다고 한 번 쓰다듬어주기라도 하고 싶었는데 반납 절차 밟느라 그러지 못했다.
공항에서 크로아티아 화폐인 쿠나로 환전을 했다. 크로아티아에서는 유로도 통용되는 모양인데, 가끔 공식화폐인 쿠나만 되는 게 있다고 한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경우에만 쓸 요량으로 선물로 받은 100달러짜리 한 장만 환전했다. 그런데 어이없게 환전 수수료로 40달러가 날아가고 60달러 정도에 해강하는 390쿠나만 내 손에 쥐어졌다. 달러를 유로로 바꾸고, 다시 유로를 쿠나로 바꿔야 해서 그런 모양이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한동안 씩씩거렸다. 2만 원밖에 안되는 돈이지만 사기당한 기분이었다. 그냥 달러를 두브로브니크에서 바꿨어야 했다.
숙소가 맘에 든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지만 바다가 보이는 전망이고, 깨끗하다. 무엇보다 숙소 주인이 아주 친절하다. 공항버스 내리는 곳에 직접 픽업하러 나와준데다가 열심히 설명해주고 분주히 우리를 위해 준비해준다.
전 숙소인 아말피에서는 노령의 집주인이 직접 아침을 차려주고 여러 조언과 편의를 봐줬다. 젊은 시절 웨이터로 유럽 여러 나라를 다니다가 아말피 해안에 정착해 아들네 식구들과 함께 민박집을 운영한다고 한다. 가족끼리의 여행이다보니 외국인들과 섞이는 경험이 부족했는데 막판에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유럽의 풍경과 그림들보다 사람들이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애엄마가 감기가 왔다. 여행 내내 건강을 유지했었는데 막판에 고생이다. 한 일주일쯤 비가 계속 왔고, 피렌체에서 비 맞고 다닌 날이 있었는데 그 때부터 안좋았나보다. 작은 애도 살짝 컨디션이 안좋기는 한데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큰 애는 어제가 졸업식이어서 친구들한테 온 페이스북 메신저로 애엄마 스마트폰이 불이 났나보다. 지금은 열심히 수학문제를 풀고있다. 책 가져올 때 뭔 공부를 하겠나 싶더니 하루에 조금이라도 공부를 하는 모양이다. 그렇게 그렇게 또 하루가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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