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48일째 "겨울에는 두브로브니크 가는 배가 없다" in Dubrovnik

gentsa 2015. 2. 8. 07:52

 

유럽여행을 생각하고 나서 '꽃보다 ○○'을 챙겨보았다. 이미 지난 건 한꺼번에 다운받아 몇 편씩 한꺼번에 보고, 방송중인 건 본방사수는 아닐지라도 바로바로 봤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기억남는게 아마 두브로브니크였던 것 같다. 어렸을적 좋아했던 예쁜 연예인들이 나와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최소한 할배들 나온 것보다는 더 재밌었다. 그들이 둘러보았던 아기자기한 거리와 지는 해에 더 진하게 물들던 오렌지색 지붕의 장면이 아직도 생각난다.그래서 이태리를 거쳐 두브로브니크까지 여정에 넣었다. 물론 그 방송을 같이 본 애엄마가 무척이나 가고싶어 한 점도 큰 이유이긴 하다.

 

원래는 이탈리아 바리에서 배를 타고 갈 예정이었다. 바리에서 저녁 배를 타면 아침에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하니 배 침대칸에서 잠을 자는 경험을 해볼 수도 있다. 게다가 차까지 실어갈 수 있으니 여유롭게 두브로브니크와 크로아티아의 다른 도시들까지 둘러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뿔사. 여행 출발 한 달 전까지 겨울에는 두브로브니크 가는 배가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물론 6개월 전부터 바리와 두브로브니크를 왕복하는 배편을 계속 체크하고 있었다. 심지어 회사에 두 번이나 이메일을 보내 2월 중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언제 일정이 나오느냐고 묻기까지 했다. 그런데 2015년 일정은 11월에나 나온다고 하더니, 11월 중반을 넘어서 보낸 두 번째 이메일 답신에서야 겨울에는 배편이 없단다. 2014년 일정표에도 3월부터나 배편이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얘기를 해줬어야지.. 이런..

 

이미 숙소도 예약을 해놓은 상태라 무르기도 아깝고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해 결국 비행기편으로 오게 되었다. 하지만 겨울에 비행기까지 타고 올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성벽 투어 말고는 딱히 볼 게 없고, 관광객들이 많지 않으니 상점들도 문을 닫고 이벤트도 딱히 없다. 게다가 오늘처럼 하루종일 비가 오는 날에는 집에서 부침개나 부쳐먹는 수밖에 없다. 어차피 이태리에 있었으니 나폴리보다 더 남쪽으로 내려가 이태리 남부를 제대로 느끼는게 나았을 성 싶다.

 

결국 슈퍼에 부침개꺼리 사러 갔다온 것 말고는 침대에서 뒹굴뒹굴했고, 네 식구가 낮잠까지 퍼잤다. 애엄마가 깨우지 않았다면 계속 잤을지도 모른다.

 

내일은 이번 여행의 마지막 도시인 로마로 가 꼬박 7일을 지내게 된다. 고대부터 근대까지 서양문화의 중심지였던 곳이므로 다른 도시들보다도 더 보고 느끼는게 많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