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늦잠을 잤다. 어제 늦게까지 인터넷을 검색해 나폴리에 대한 정보를 얻고, 점심 먹을 곳과 방문할 곳을 정하느라 좀 늦게 잔 탓인가보다. 자기 전에 짠 오늘 일정은 이랬다. 일단 국립 고고학 박물관을 갔다가 해산물 튀김으로 점심을 먹은 후 디저트로 스폴리아텔레(sfgoliatelle, 일종의 패스츄리 빵인 듯하다)와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카포디몬테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본 후 성에 가서 나폴리의 석양을 본다. 그런데 늦게 일어난 탓에 산텔모 성에는 가지 못했고, 디저트로 먹으려 했던 집은 가보니 문을 닫아서 맛보지 못했다. 빵이 다 팔리면 문을 닫기 때문에 정오쯤까진 가는게 좋다고 하더니 1시 반쯤 갔더니 문을 닫은 모양이다. 설마 했는데 사실이었다. 내일은 아말피로 가기 전에 들러 사가지고 가야겠다.
나폴리는 맛있는 음식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모양이다. 게다가 값도 착하기 그지없다. 어제 산 피자는 매우 유명하고 나폴리에서는 나름 싸지 않은 집이었음에도 6.5유로에 불과했다. 오늘 먹은 튀김도 아주 맛있었는데 특히 오징어와 새우 튀김이 갑이다. 가격은 5유로 또는 6유로. 양이 많아서 두 개를 사서 네 명이 먹어도 충분했다.
그리고 오늘 갔던 국립 고고학 박물관과 카포디몬테 미술관도 만족스러웠다. 전시품들의 수준도 높았고, 다른 도시에 비해 관람객도 많지 않아 아주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 특히 카포디몬테 미술관은 작품들의 수준에 비해 관람객의 수가 너무 적어 민망할 정도였다. 미술관 전체를 관람하는 동안 네 팀의 관람객들을 만난 것 같다. 워낙 사람이 없어서 우리끼리 아주 신나게 얘기하며 그림들을 볼 수 있었다. 치안의 문제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은데, 뒷골목을 다녀봐도 특별한 점을 느끼지 못하겠다. 밤에 다니지 않는다면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장점들을 모두 상쇄하고 남을 것이 있었으니 바로 최악의 교통 문화다. 평균 3초마다 한 번씩 울려대는 자동차 클락션 소리는 저절로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게 만든다. 난 원래 자동차 클락션 소리에 민감해 예전에 뒤에서 클락션 울려대는 운전자와 두 번인가 멱살잡이 직전까지 간 적이 있다. 그런 나에게 나폴리는 정말 최악의 도시이다. 지금도 낮의 장면들이 떠오르니 욕이 튀어나오려고 한다. 그리고 건널목 없는 곳과 차선이 없는 곳은 왜 이리 많은지 모르겠다. 교차로에서도 무조건 차를 들이밀고,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길을 건너고 있는데도 차를 몰아댄다. 프랑스나 스페인에 비해 이태리가 운전 문화가 안좋더니 여기 나폴리는 아주 개판 수준이다. 다시는 오고싶지 않다.
기본적으로 도심의 도로의 넓이에 비해 차가 너무 많은 것 같다. 피렌체에서는 ztl 때문에 도심에서는 허가받은 차량만 집입할 수 있었는데, 걸어보니 차 없는 거리를 걷는게 얼마나 편했는지 모른다. 여행자로서 숙소까지 차를 대는게 어려워 불만이었는데, 하루가 지나니 그렇게 만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피렌체에 ztl 구역이 지금처럼 넓지 않았다면 거기도 여기 나폴리 꼴이 되지 않을까 싶다. 거기는 나폴리보다 도로가 더 좁으니 훨씬 심했을 거다.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는 로마시대의 조각품과 모자이크 그림들이 많다. 그리고 폼페이에서 발굴된 19금 그림들이 유명하다. 흔히 로마 시대의 조각품들은 그리스 시대의 것보다 후퇴했다는 평을 받는 것 같은데 내 느낌에도 그렇다. 왜 그렇게 느껴질까 생각해봤는데, 대부분의 조각품들이 체제 유지와 권력자들을 표현하는 데에만 전력했기 때문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타민족에 대한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조각품들조차 항상 위엄 있는 표정을 가져야 하고, 격식있는 옷을 갖춰 입어야 하며, 아름다운 여성의 몸보다는 근육질의 남성의 몸이 표현되어야 하고, 여성의 몸은 '사비네 여인의 능욕'과 같이 지배자에게 정복되고 강간 당하는 몸이어야 하는 건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개뿔도 알지 못하는 문외한의 어이없는 생각일 수도 있다. ㅎㅎ
폼페이에서 발굴된 19금 그림과 조각품들이 아주 재밌다. 일부 사람들은 폼페이의 문란한 성생활과 화산 폭발을 연결시키기도 하는 모양인데 개뿔이다. 그럴 것 같으면 성적으로 지유로운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벌써 땅 속으로 묻혔어야 한다. 너무 노골적인 그림들을 올렸다가는 당국의 수사가 있을 수도 있으므로 양호한 것들만 올려야겠다.
카포디몬테 미술관에서는 역시 카라바조의 그림이 갑이었다. 그걸 보러 간 거기도 하다. '채찍질 당하는 그리스도'
성모자를 그린 그림인데 그냥 보면 사랑하는 아들을 재우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니다. 예수가 '나는 예수다'라고 표시내지 않고 옆으로 누워 자고 있는 모습도 사랑스럽다. 성화에는 성인들의 머리 뒤에 원을 그려 성인임을 표시하는데, 이 그림에는 그것도 없었던 것 같다.
제우스가 황금 비가 되어 다에나를 범하는 신화를 그린 티치아노의 그림과 베케라르의 시장 그림도 좋았다. 그 외 몇 가지 더.
내일은 폼페이 유적지를 들러 아말피 해안을 드라이브 할 예정이다. 아말피 해안이 친퀘테레 산책길보다 더 좋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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