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성당을 중심으로 구경을 했고, 오늘은 미술관 투어를 하러 나왔다. 처음 간 곳은 아카데미아 미술관. 다비드상 진품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어제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본 다비드상은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다비드상의 모조품이라고 한다. 난 며칠 전까지만 해도 다비드상의 다비드가 다윗과 골리앗의 그 다윗인 줄 몰랐다. 음.. 좀 창피하다.
아카데미아 미술관에는 미켈라젤로의 미완성 조각상들이 전시되어 있다. 애초 교황이 자신의 묘지에 쓸 목적으로 미켈란젤로에게 의뢰했다가 여러 사정으로 중단되어 미완성인 채로 남아있게 되었다고 한다. 여러 노예들의 조각상인데, 이러한 노예 조각상들은 루브르에서도 본 적이 있다. 모두 교황의 묘지에 쓸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루브르와 아카데미아에 나누어져 전시되고 있는 모양이다. 미완성 작품들을 보니 아름다움은 이미 질료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라는 그의 지론이 이해된다. 돌의 여러 부분을 덜어내면서 아름다워지고 있지 않은가.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 본 작품인데 뒷 모습의 나신을 보이고 있는 것은 성모마리아이다. 성모마리아라고 보기에는 너무 인간적이다. 이 때문에 작품을 납품받은 후에 교회에서 등을 가리는 덧칠을 했다가 최근 복원해 이를 다시 지웠다고 한다. 어쨌거나 저런 그림을 그리고 납품했다는 건 당시 피렌체가 얼마나 자유로웠는지를 보여주는건 아닌가 싶다.
아카데미아 미술관을 나와 산타마리아 카르미네 성당에 갔다. 산타마리아 카르미네 성당의 브란카치 예배당에는 마사초의 '천국에서 쫓겨나는 아담과 이브' 벽화가 있기 때문이다. 이 벽화는 가디언 예술 담당 기자가 뽑은 '죽기 전에 꼭 보아야 할 걸작 20선' 중의 하나이다. 20개의 그림 중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꼭 보자는 것이 나의 목표 중 하나였다. 벽화 하나 때문에 간 것이긴 했지만 가보니 천장과 벽이 모두 다른 내용의 벽화로 이루어져있다. 마사초를 비롯한 여러 화가들이 공동으로 그린 것이라고 하고, 주로 베드로에 대해 그린 것이라고 한다. 천장과 벽면이 모두 벽화로 그려진 것은 처음 봤는데, 벽화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것 같다. 천장에만 그려져 있었던 것에 비해 훨씬 화려하고 아름답다.
다음으로 간 곳은 우피치 미술관. 피렌체를 대표하는 미술관이다. 예전에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를 보고나서 머리 속에 남는게 별로 없었는데, 그래도 기억나는 몇 가지 중 하나가 메디치가가 르네상스 시대의 여러 작가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등을 후원했다는 것이었다. 그 메디치가가 있던 곳이 피렌체였고, 메디치가의 소장품으로 구성된 미술관이 바로 우피치 미술관이다. 르네상스 미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피치 미술관에 꼭 들려야 한다고 하여 애엄마와 딸들은 한국인 가이드와 함께 관람하기로 했다. 나는 저녁에 애엄마와 애들에게 따로 들었다.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이 그림 봤어?'라고 물으며 신나게 얘기해준다.
우피치 미술관은 루브르 정도는 아닐지라도 상당히 많은 예술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우선 보티첼리의 작품들이 많다. '비너스의 탄생', '봄'이 우피치 미술관에 있는 그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다. 두 작품에는 여러 상징들이 있는데, 내가 책에서 본 내용과 애엄마로부터 전해들은 가이드의 설명이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미켈란젤로의 유일한 평면화도 전시되어 있다. 미켈란젤로가 친구 가족을 위해 성가족의 그림을 그린 것이다. 미켈란젤로는 회화로는 벽화를 주로 그렸기 때문에 평면화로는 이 그림이 유일하다고 한다. 게다가 성모가 예수를 어깨 위에 올리고 있는데, 이런 모습은 이 그림 외에는 찾아볼 수 없어 더욱 귀한 그림이라고 한다.
비너스가 비너스 같지 않고, 매우 요염한 그림도 있다. 여신을 그린다는 핑계로 여자의 아름다운 육체를 그린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그게 르네상스이기도 할 거고.
다음 그림을 처음 봤을 때 카라바조의 그림인 줄 알았다. 그런데 카라바조의 영향을 받은 다른 작가의 그림이었다. 그림의 내용이 궁금해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성경에 나오는 유디트에 대한 그림이고, 여류 작가가 그린 그림이다. 근대 미술에서 여류 작가의 그림은 처음 본 것 같다. 게다가 자신의 성폭행 경험이 작품에 투영되었다고 평가되는 것 같다.
카라바조의 그림은 참 매력적이다. 그림 속의 주인공들이 곧 튀어나올 것만 같다. 예수가 부활하고 나서 정말 예수가 맞는지 제자들이 상처를 확인해보는 장면 같은데, 성경을 알지 못하는 내가 봐도 앞뒤 스토리가 바로 이해된다. 그리고 예수든 그리스의 신이든 어찌 그리 인간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지. 정말 매력적인 작가가 아닐 수 없다.
내일은 밀라노로 이동한다. 밀라노에 대한 안좋은 얘기가 많아 살짝 걱정인데,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별 거 있겠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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