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초는 여기 사람들에게는 큰 축제인가보다. 빌바오에서는 전날부터 술 마시던 사람들이 아침 9시까지 돌아다니고 있어 깜짝 놀랐다. 게다가 여자 둘이 대로변에서 바지를 내리고 오줌을 누기도 하고, 눈 풀린 남녀가 길과 차 사이에서 그러기도 한다. 연말이라 사람들이 정말 미친듯이 노는구나 싶었는데, 새해정초부터 마드리드 사람들도 그러고 있다. 연말이라 그런건지 아니면 원래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노는 걸 좋아하는 건지 두고보면 알겠지 싶다.
이런 분위기에 나도 취하고 싶어 어제 빌바오에서 실패했던 바에서 술마시기를 감행했다. 마드리드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기 전 숙소가 있는 솔 광장 근처를 배회했는데, 여기에도 한 집 건너 하나의 술집과 그 안과 앞에 모여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오늘은 반드시 먹어보리라 결심하고, 결국 저녁 10시쯤 나와 간단한 안주와 맥주를 마셨다.
처음 간 술집은 하몽을 주로 파는 술집이었고, 바에서 안주와 맥주를 시켜서 그 자리에서 서서 마시는 식이었다. 고기 슬라이스가 가운데에 있는 조그만 햄버거와 하몽을 가운데에 낀 패스츄리 안주에 맥주를 두 잔 마시고, 2차로 맥주집에 가서 튀긴 감자와 맥주를 한 잔 더 마셨다. 처음 먹어본 하몽은 맛있었고, 2차 맥주집의 감자튀김은 내가 먹어본 감자튀김 중 최고였다. 애엄마가 마신 맥주까지 합쳐 두 집에에서 8유로도 안냈으니 만 원으로 2차까지 마신 셈이다.
반해 마드리드의 주차요금은 너무 비싸다. 공영주차장임에도 1일 주차요금이 20유로, 우리 돈으로 27,000원이다. 5일치로 135,000원을 내고 나오니 속이 쓰리다. 유럽은 호텔 중에서도 무료주차 할 수 있는 데가 많지 않다고 한다. 투르에서의 호텔에서도 하루에 5유로씩 별도로 주차요금을 냈었고, 빌바오에서도 1일에 14유로를 냈다. 자동차 여행을 계획하는 이가 있다면 주차의 용이성과 요금을 감안해서 숙소를 잡거나 예산을 짜야할 것 같다.
마드리드 숙소는 게스트하우스 형식이다. 명동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와 거의 같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내부는 실용적으로 구성되어 있을 뿐 일체의 장식은 없다. 호텔이나 아파트 외에 게스트하우스도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 선택했는데 잘 한 것 같다. 게다가 시내 한복판에 있어 마드리드 사람들의 생활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마드리드에 오기 전에 세고비아에 들러 수도교(水道橋)를 봤다. 수도교는 산에서 녹은 물을 식수로 쓰려고 로마로 끌어오기 위해 다리를 만들고 그 위에 수로를 만든 것이다. 상수도교인 셈이다. 접착제를 쓰지 않았다고 하고, 수백 개의 아치로 만들어져있다. 로마시대에서의 건축 기술에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내일은 프라도 미술관에 갈 것 같다. 애들이 슬슬 그림에 흥미를 붙일 때가 된 것 같은데, 다른 한편 내 욕심인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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