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9일째 "9시 출발, 9시 도착" in Bilbao

gentsa 2014. 12. 31. 07:40

오늘은 프랑스를 떠나 스페인으로 향했다. 스페인의 첫 도시는 빌바오. 얼마전까지만 해도 철강산업이 융성했던 스페인 북부지방의 도시인데, 철강산업의 쇠락으로 위기를 맞았다가, 구겐하임 미술관을 지으며 일약 전세계적인 문화도시로 탈바꿈한 도시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문화도시로의 성공적인 전환사례로 수차례 소개되었고,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빌바오 따라하기를 시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

 

프랑스 중부지방인 뚜르에서 스페인 북부지방인 빌바오까지는 약 750킬로미터. 고속도로를 피해오려 하니 예상시간이 열 시간에 이른다. 프랑스와 스페인은 고속도로 통행료가 매우 비싸 고속도로를 탈 엄두가 안 난다. 3일전 파리에서 투르로 오는 200킬로미터 거리에 22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3만 원을 넘게 냈으니 우리나라의 2배 정도인 것 같다. 고속도로로 빌바오까지 간다면 통행료만 10만 원을 훌쩍 넘지 싶다. 결국 몸이 좀 고생하면 되겠다 싶어 국도로 왔는데, 프랑스 시골 마을 풍경도 보고, 작은 마을 빵집에 들러 빵도 사고 오히려 즐거운 경험이 되었다. 그러다 스페인 들어와서 빌바오까지 가는 길이 막혀 결국 고속도로를 탔는데, 150킬로미터 거리에 약 3만 원 정도를 냈다. 스페인도 고속도로 이용료는 비싸다.

 

 

 

프랑스나 스페인이나 고기값은 싸다. 돼지고기 값은 우리나라보다 약간 싼 정도인데, 소고기값은 절반 정도인 것 같다. 그래서 요즘엔 거의 매일 고기를 먹나보다. 와인값도 참 착한데, 와인의 본고장 답다. 와인 맛을 잘 모르는 내가 먹어도 참 맛있는 와인이 만 원 정도이다. 야채나 과일, 그리고 빵값도 싼 편이다. 거리를 걷다보면 빵집에서 산 바게뜨 빵 여러 개를 들고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바게뜨 빵 하나가 2유로가 채 되지 않는다. 그 외의 것들은 다 비싼 것 같다. 스페인은 프랑스보다는 물가가 좀 싸다고 하니 기대해본다. 특히 맛있는 과일값이 쌌으면 싶다.

 

남쪽으로 오다보니 캠핑카들이 참 많다. 조금 과장해서 도로에 있는 차 중 열의 한 대는 캠핑카인 듯하다. 아마 연말연휴를 맞아 따뜻한 남쪽 도시에서 휴가를 보낼 생각으로 놀러가는게 아닌가 싶다. 운전석에 있는 이들 중 상당수는 노인들이다. 젊었을 때 열심히 세금내고, 나이들어 국가에서 주는 연금으로 여유를 즐기는가 싶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빌바오로 넘어오는 순간 지형이 180도로 바뀌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산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윈도우xp 배경화면 같이 풀밭의 언덕만 보이더니, 순식간에 강원도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있는 듯 양쪽에 산이 늘어서있다. 빌바오는 산 속에 파묻혀 있는 도시였다. 우리나라로 치면 춘천 정도이려나. 그런데 빌바오 안으로 들어가보니 교통체증은 최악이었다. 20미터도 안되는 정체에 두세 번의 신호는 기본이고, 길 옆으로 (합법적으로) 주차된 차들이 즐비하다. 파리에서는 사람들이 다 대중교통만 이용하나 싶었는데, 빌바오는  모두 자가용만 타고 다니나 싶다. 오히려 서울보다 더 복잡하고 시끄러운 느낌이다.

 

사람들도 느낌이 좀 세다. 파리 사람들이 약간 서울 얌체 같은 느낌이라면, 빌바오 사람들은 부산 사람들처럼 무뚝뚝한 느낌이다. 영어도 어찌 그리 안통하는지. 쌀이 어디 있냐는 말을 못알아듣는 것 같다.

 

조용한 도시에서 일주일 보내다 와보니 빌바오의 혼잡함에 살짝 적응이 안 된다. 하지만 프랑스와는 다른 스페인의 활력을 이제부터 3주간 느끼지 않을까 싶어 일견 기대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