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20일째 "그녀들을 다시 만나다" in Sevilla

gentsa 2015. 1. 11. 09:30

오늘은 성당을 두 군데 갔다. 규모 면에서 세계 3대 성당에 들어간다는 세비야 성당과 이슬람과 기독교 문화가 결합된 코르도바 성당이다. 세비야 성당은 어제 술마시고 늑장 부리는 바람에 못간 성당이다. 난 종교시설의 규모와 감동(?)의 정도는 반비례되던데, 세비야 성당도 마찬가지였다. 그 화려함과 거대함은 감탄을 자아내지만, 저 화려함은 누굴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이 자꾸 들어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특히, 세비야 대성당은 1톤의 황금으로 장식되었다고 하는데, 신대륙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황금을 뻇아왔으면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하기야 어떤 것을 느끼느냐는 개인의 자유다. 어떤 이는 세비야 성당을 보면서 하느님의 증거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 큰 애는 뜬금없이 성모마리아 상을 보면서 서양인인데 쌍커풀이 없다는 소리를 하기도 한다. 다 자기 나름의 생각을 갖고 사는듯하다.

 

 

위 그림은 무리요가 산 페르난도 왕을 그린 그림인데, 난 처음에는 예수 그림인 줄 알았다. 희생자로서의 예수가 아니라 승리자로서의 예수를 그린 건가보다 했는데, 왕의 그림이었다. 절대권력을 가진 왕이 이제 자신을 예수의 반열에 올려놓고 싶어 그리게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세비야 대성당에는 콜롬부스의 관이 유명하다. 콜롬부스는 유언으로 스페인 땅에 죽어서도 묻히고 싶지 않다고 하여 땅에 뭍지 않고 공중에 띄워놨다고 한다. 잘 기억은 안나는데, 스페인 왕이 지원을 끊어 그것에 삐져서 그랬다는 것 같기도 한데, 내가 어디서 본 것을 잘못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당시 콜럼부스와 같은 이들은 지금으로 치면 일확천금을 꿈구는 동네 건달이었다고 한 것 같기도 하다. 동네 건달치고는 스케일이 좀 된다.

 

 

오후에는 세비야에서 150km쯤 떨어져있는 코르도바에 가서 코르도바 성당을 구경했다. 코르도바는 1세기부터 5세기 경까지 이슬람이 지배했던  곳이고 그 때 가장 번성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아주 큰 이슬람 사원이 있었다. 그런데 5세기 경부터는 다시 기독교 세력이 지배하게 되었는데, 본래 있던 이슬람 사원의 가운데 부분을 중세 교회 모습으로 리모델링 하면서 이슬람 사원과 기독교 성당의 모습이 함께 공존하게 된 아주 독특한 성당이 되었다. 현재는 기독교 성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바깥에서 보면 영락없는 이슬람 사원이다. 맨처음 성당을 보았을 때는 중동에 있을 법한 이슬람 사원이 유럽에 있는 듯한 묘한 불일치감을 느꼈다. 안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중앙 부분에 가보니 유럽 다른 곳에서 보았던 기독교 성당의 모습이다. 이슬람 문화와 기독교 문화의 결합이라 하여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이질적인 건축물들이 합쳐진 것 그 이상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화학적인 결합은 없는 것 같다. 며칠 있다가 갈 알함브라 궁전은 좀 다를지 모르겠다.

 

 

 

 

 

코르도바 쇼핑가를 가서는 그녀들을 다시 만났다. 어제 세비야에서 맥주 마시는 나의 기분을 더욱 좋게 만들어주었던 그녀들이다. 그런데 코르도바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있는 곳에 가보니 그녀들이 있었다. 멋진 연주실력과 아름다운 미모로 많은 이들이 관람료를 지불하고 있었고, 우리도 역시 그녀들에게 작은 성의 표시를 했다. 아마 그녀들도 우리들처럼 유럽 여러곳을 여행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혹시 다른 곳에서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타파스 바에 가서 저녁을 먹었는데, 이번엔 실패다. 너무 느끼한 음식만 시켰나보다. 숙소에 돌아오니 11시가 훌쩍 넘었다. 카메라도 차에 두고 와 사진 정리도 못했다. 그래도 하루 일기는 쓰고 자야할 것 같아 밤늦게까지 이렇게 쓰고 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사진을 올리는데, 인터넷이 너무 너무 느리다. 한 장 올리는데 20분도 더 걸린다. 아.. 졸려.. 오늘 블로그는 언제 쓰나.)